2000년 동안 사내들은 줄곧 날씬한 허리를 가진 여인을 선호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논문이 얼마 전 ‘영국학술원 회보’에 게재되었다. 이 논문의 필자는 인도 출신의 미국 사람인 데벤드라 싱이다. 그는 여자 몸매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수치인 허리/힙의 비율(WHR), 곧 힙 치수에 대한 허리 치수의 비율을 연구하여 유명해진 진화심리학자이다.
2002년 8월 13~43세의 서울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몸매가 좋은 여자가 더 부럽다고 밝혔다. 현대 여성들이 모래시계처럼 생긴 몸매를 갈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여자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무게를 줄여왔다. 예컨대 1980년대 미스 아메리카는 1940년대 미인보다 두 배 가량 가냘플 정도로 말라깽이이다. 이러한 추세로 체중이 줄면 몸매는 막대기 모양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싱의 연구결과이다. 싱은 미인들의 허리/힙 비율이 항상 일정한 범위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 아랫사진은 부천 비너스의원에서 수술한 중년여성의 힙과 허리의 지방흡입 전후 사진으로 허리와 힙부위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국소지방축척(LFD) 이 있는 분으로 젏었을때의 몸매로 되돌아가는 효과를 내고 있다. ]
싱에 따르면 미스 아메리카나 〈플레이보이〉 잡지에 나체로 등장하는 미녀들은 몸무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허리/힙 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0.68~0.72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1950년대를 풍미한 영화 배우인 마릴린 몬로와 오드리 햅번의 몸매를 비교해보면 싱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몬로는 육체파의 원조(36-24-34)인 반면 햅번은 청순미의 상징(31.5-22-31)이지만 허리/힙 비율은 똑같이 0.7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슈퍼모델 역시 평균 신체 크기는 33-23-33으로 허리/힙 비율은 0.7이다. 0.7은 모래시계처럼 생긴 가장 여성스러운 몸매이다. 폐경 이전에 생식 능력을 가진 여자는 0.67~0.80, 건강한 남자는 0.85~0.95이다.
싱은 18개 문화권에서 여자 몸매에 대한 남성들의 취향을 조사하고 남성이 가장 성적 매력을 느끼는 요인은 유방 크기보다는 허리/힙 비율임을 밝혀냈다. 또 미인들의 허리/힙 비율이 변하지 않는 까닭은 남자들이 큰 힙에 잘록한 허리의 여체를 본능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싱은 이러한 취향이 환경보다는 본능의 산물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여체 그림을 동서양 사람들에게 각각 제시하여 반응을 조사했다.
먼저 미국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매력 있는 여체로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그림은 물론 허리/힙 비율이 낮은 쪽이었다. 미국에 유학생으로 갓 도착한 인도네시아 남녀에 대한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회교의 엄격한 율법 하에서 여자의 알몸이 등장하는 잡지나 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었을 그들이지만 미국 사람과 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싱은 1990년대 초에 발표한 자신의 이론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영국, 중국, 인도의 옛 문헌을 뒤적여 미인들의 허리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가령 인도 최고의 양대 서사시인 마하바라타(Mahabharata)와 라마야나(Ramayana)에 등장하는 젊은 미녀들은 한결같이 개미허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싱은 남자들이 동서고금을 통해 허리/힙 비율이 0.6~0.7인 여자를 좋아했다는 결론을 얻고 영국학술원 회보에 논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존 매닝은 생식 능력의 측면에서 허리/힙 비율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허리/힙 비율이 낮을수록 생식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허리가 잘록한 여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어 임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힙가 넓으면 아기가 나오는 통로가 협소하지 않아 분만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여자의 개미허리는 다산의 가능성과 신체의 건강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남성들이 선호하게 되어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코르셋, 힙를 조이는 거들, 하이힐 등등 여성의 패션도 허리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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